배우 김현주(39)를 만난 건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어느 이른 봄날이었다. 그는 KBS2 주말드라마 '가족끼리 왜이래'의 종영 이후 출연진과 함께 제주도 포상 휴가를 다녀왔던 이야기부터 풀었다. 제주도에 처음 가본 것이 아닌데도 새로웠던 여행이었다며 어디를 가느냐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어떻게 보내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다고 했다. 지금도 여전히 출연 배우들과 카카오톡 단체 채팅창에서 메시지를 주고 받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줬다.
김현주에게 '가족끼리 왜이래'는 여운을 쉽게 떨쳐버릴 수 없는 작품이었다. 일생을 자식 뒷바라지로 보낸 아버지 차순봉(유동근 분)의 마지막과 마주했던 때를 회상하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누구의 아내가 되든 엄마가 되든 네 행복을 포기하면 안 된다. 이 아비의 소중한 딸이란 걸 잊지 말아달라"는 차순봉의 대사가 가슴에 깊이 새겨진, 가장 기억에 남았던 말이라고도 했다. 세상 모든 아버지와 같았던 차순봉의 당부에 코끝이 찡해지는 건, 비단 김현주 뿐이 아니었으리라.
"이렇게 즐거웠던 드라마는 아마 앞으로도 없을 거예요. 정신적으로 편한 상태에서 촬영했기 때문에 체력적으로도 힘든 건 하나도 없었어요. 대본도 방송 2주 전에 나오니까 스케줄도 빡빡하지 않았고 밤을 샌 적도 없어요. 밤 12시 넘어서 촬영한 것도 단 세 번뿐이었죠. 그래서인지 배우들도 전부 얼굴이 예쁘고 밝게 나오더라고요. 무엇보다 이렇게 잔잔하고 착한 드라마도 시청률이 많이 나올 수 있었다는 점에서 배우로서 남다른 의미를 지닌 드라마죠."
'가족끼리 왜이래'는 그 흔한 막장 소재와 클리셰 없이도 시청률 40%대를 돌파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김현주 역시 '가족끼리 왜이래'가 여타 작품들에도 초심을 심어주고 간 드라마가 될 것이라고 했다. 막장 소재를 나쁜 것으로 치부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작품의 소재와 전개 방식이 다양성을 상실돼 가고 있다는 점에서 안타깝다고도 털어놨다. 그리고 그는 드라마의 성공 요소로 보편성에서 비롯된 공감대 형성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