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뷰어 보기
회사에 다니면서 알게 된 멋진 분이 있다.
모델같이 키도 크시고 나름 근육질 몸매에, 슈트가 잘 어울리시는 아주 멋진 분.
업무능력도 뛰어나시고 얼굴도 잘생기셨다. 그리고 이름까지도..
"민수씨, 뭐해요?"
아! 죄송합니다!!
넋놓고 팀장님의 모습만 보다 딱 걸렸다. 뭐하냐.. 그래, 일해야지. 일.
급히 모니터로 시선을 옮겼다. 그런 내 쪽으로 뚜벅뚜벅 다가오는듯하더니 옆에 멈춰선다.
스윽 내미는 커다란 손엔 박카스가 쥐여있었다.
나한테 주는건가..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몰라 손만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자 책상에 내려놓고 어깨를 주물러준다.
"으어.. 많이 뭉쳤네.
요즘 피곤하죠? 일 쉬엄쉬엄해요. 그러다 병 나."
다정다감한 행동에 또 한번 뿅-
미치겠다. 여자들한텐 뛰지도 않던 심장이 왜 이 남자 앞에서는 터질 것 같이 두근거릴까.
훈훈한 미소로 마음을 들었다놨다. 등을 토닥여주고는 다시 자리로 되돌아간다.
모든사람들에게 친절한 팀장님이시지만 이런 행동에 혼자서 오해하곤한다.
혹시 팀장님도 날 좋아하는걸까?하며 김칫국 드링킹. 그러다 다른 사원들에게 잘해주는걸 보면 아쉬워하고 체념할 수 밖에.
하루는 회식을 하러 근처 고깃집에 들렸다. 오가는 정들 속에 알딸딸하게 취해간다.
갑자기 진실게임을 하자는 부장님. 빈 술병을 돌리자, 이종혁 팀장님이 지목되었다.
쏟아지는 질문들. 결혼적령기인데도 결혼을 안 하신 이유가 뭐냐는 물음들이었다. 예전부터 궁금했던 것이라 내 귀도 쫑긋.
능력되지, 외모되지... 뭐 하나 빠지는게 없는데 왜 아직도 혼자이실까. 혹시 독신주의?
"아직 인연이.."
멋쩍게 뒷머리를 긁적이며 모깃소리로 이야기한다.
대시하는 여자도 많았을텐데 인연이 찾아오질 않았다? 턱괴고 풀린 눈으로 쳐다보다 눈이 마주쳤다.
무슨 이유에선지 눈이 마주치자마자 나는 그의 시선을 피해 다른쪽을 응시했고, 그런 날 본 팀장님은 얕게 웃는다. 저 웃음의 의미가 뭘까.
진실게임은 멈추지않고 계속되었다. 어느덧 내 차례가 다가왔고. 어떤 질문들이 나올까 긴장하고 있었다.
"민수씨! 첫키스는 언제-??"
음탕한 웃음을 흘리며 물어보는 바로 옆자리에 앉은 동료. '첫키스'라는 단어가 나오자마자 우오~ 소리치는 사람들.
뭐라 말해야하나.. 저 기대에 찬 눈빛들을 어쩌나... 이리저리 눈을 굴려가며 눈치를 보다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저 모쏠인데..헤헤."
뭐어?
놀란 사람들의 반응. 내가 모쏠인게 의외인가?
다들 왜 안 믿는 표정이지. 아니.. 정말 모쏠이에요, 저.
다시한번 확인시키자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인다.
실속없는 친구 같으니- 탄식을 내뱉으며 입을 연 부장님. 뭔가 좋은 아이디어라도 떠오르셨는지 손을 탁 치며 번뜩이는 눈으로 본다.
"이런건 어떤가! 일단 아무한테나 '사귀자'고 해서 OK를 받아내고,
한.. 그래 5분 쯤 후 헤어지면 최소한 모쏠은 리셋되는거잖아?"
에이, 그게 뭐예요. 부장님도 참!
부장님, 그건 반칙이죠. 아무나라니.. 하하하
장난섞인 부장님의 말에 모두 웃는다. 나만 빼고. 아니, 팀장님도 빼고.
잘 웃으시는 팀장님인데 웃지를 못하신다. 목이 타는지 사이다를 마시더니 잔을 내려놓고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5분 연인이라.. 재밌는 생각이네..."
"그치그치! 역시 이 팀장이랑 내가 잘 맞는다니까!!"
눈을 맞추며 미소를 머금는다.
오늘따라 되게 잘생기셨네. 5분.. 조금만. 용기를 내볼까.
"전 이만 일어나보겠습니다. 좀 피곤해서.."
"아.. 아쉽구만. 이 팀장이 있어야 재밌는데."
"죄송합니다."
자리에서 일어나는 팀장님. 지금 이게 뭔 상황인가하고 지켜보기만 하다 팀장님이 고깃집에서 나가실때까지 아무것도 못했다.
어쩌지. 지금 말하는게 좋을텐데.. 결심하고 벌떡 일어나 밖으로 뛰쳐나가자 다들 소리친다.
어!! 민수씨! 어디가요! 민수씨-!!! 시끄러운 외침들을 뒤로하고 나온 거리.
저 멀리 걸어가는 팀장님이 보인다.
"이종혁 팀장님!!"
목청껏 소리를 질러봐도 뒤돌아보지않는다.
차 소리 때문에 못 들으신걸까. 아님 내가 뛰어가붙잡길 바라시는걸까.
이종혁, 이름 석 자를 외치며 달려갔다. 그리고 끌어안았다.
"저랑 5분만 사귀실래요?"
"아, 네. 좋아요."
"네? 진짜요?"
"5분 연인이니까 진도 빨리 빼야겠네요."
막무가내로 들이미는 팀장님. 손에 깍지를 끼고 쪽- 소리나게 입을 맞춘다.
가볍게 떨어지곤 벽 쪽으로 밀어붙인다. 벽에 손을 짚고 이번엔 더 진하게 키스한다.
그리고 5분 후-
"제 고백 받아줘서 고마워요. 이제 헤어질 시간 됐네요."
"싫어요."
"...네?"
"나 진짜 좋은데. 헤어지기 싫다니까요?"
이렇게해서 5분 연인이었던 우리는 계속 사랑을 지속 중.
모쏠인 내게도 인연은 있었어.
당신에게도 분명히 이런 인연이 있을거예요.
맘 졸이지마요. 나처럼 늦게라도 언젠간 꼭 찾아올테니까.
[출처] [조녁민수] 5분 연인|작성자 민수앤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