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면접은 그냥 확인 절차 같은 것이었다. 입시원서를 낸 두 학교에서 모두 합격통보를 받았지만 하나는 원했던 학교에 합격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원서를 넣은 것이었기 때문에 고민 없이 결정했다. 보육원에서 받은 지원금으로 집을 구하고 이사날짜를 정한 날, 중학생 때부터 자신을 담당해온 보육교사는 진영의 손을 잡고 잘 자라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개학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진영은 하루도 빼놓지 않고 걸려오던 마크의 전화를 수신거부로 돌려놓고 영주의 전화를 받았다. 영주는 왜 그동안 전화를 받지 않았냐며 무슨 일이 생긴 건지 마크랑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냐고 잔소리를 했다.
"미안.."
- "마크도 계속 전화했었다던데 왜 안 받았어 대체? 무슨 일 있었어?"
그 날 영주는 아마 술에 취해 자신이 먼저 갔는지도 몰랐을 것이다. 그리고 마크는 그 이유를 굳이 말하지 않았겠지. 하루에도 몇 번 씩 마크로부터 전화가 오는 것에 혹시 하는 마음을 가졌던 제가 바보 같다 느껴졌다.
"마크는 어제 합격자 발표 났다던데.. 진영이 넌 어떻게 됐어?"
무심코 하는 한 마디, 한 마디에도 마크와 일상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 짐작되었다. 합격했다는 소식을 전하자마자 자기 일처럼 기뻐하며 소리를 지르는 영주의 목소리에 진영은 마주 웃어줄 힘도 없었다. 마크한테 알려줘야겠다며 영주가 다시 한 번 축하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고 나니 탈력감이 무섭게 몰려왔다. 학교에서 만나면 어떻게 얼굴을 봐야 하지. 한때는 연인처럼 나누는 키스 한 번에도 심장이 떨려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는데. 지금은 전화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조차 두려운 사이가 되어버렸다.